갤러리 아트리에

류은미 / RYU EUN MI - 목소리의 형태

Exhibition Details

류은미 / RYU EUN MI - 목소리의 형태

2024.07.07 - 07.31

Artist
류은미 / RYU EUN MI
Exhibition Hall
HEYRI

[작업노트]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은 그 사람이 쓰는 언어체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글은 사피어 워프의 가설이다. 이 가설이 등장한 후 반대되는 의견도 많았지만 나는 내가 오래도록 생각하던 고민을 관통하는 문장이라 잊혀지지 않았다. 각 언어마다 그들의 문화와 사상이 녹아있고 언어학습의 과정에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함께 배우며 그 시대의 에피스테메1)를 몸에 녹인 채 성장하게 된다.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는 문화 속에서 나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출하는 것이 어색해졌고 시대의 분위기상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대상을 만나는 일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그런 사람을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언어와 삶의 태도를 배워 왔지만, 직접적이고 분명함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양가감정이 움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학습되어 진 나’는 이전에 나의 감정 표현 방식에 적합하도록 적응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서의 충돌은 나를 예술이라는 훨씬 개방감 있는 감정 표현의 장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변화 중인 시대를 적응해갈 나만의 다른 방식의 언어 수단이 필요해졌다.

기존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언어체계는 정보 전달에는 유용하지만 무한한 감정을 담아 전달하기에는 너무 제약적이며 직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상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솔직함과 언어의 분명한 성격이 결합되는 순간 굉장히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감정들이 표현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응축되어 획일화된 채 전달되기도 한다. 이렇게 한 단어 단어가 가진 뜻이 너무나 분명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데 언어가 가진 명료함이라는 틀 자체가 때론 진실을 느끼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지금 사용 중인 언어체계는 내 감정을 드러내기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미미한 지점들을 해결 가능한 것인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모스부호나 빛의 운율을 이용한 시그널, 이미지가 중첩되어 보이는 렌티큘러 기법, 목소리 주파수의 형상을 통한 표현 등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읽히지 않지만 그 안에 하고자 하는 의미를 내포시켜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나는 지금도 제2의 언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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