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소개

Artists

박지원 PARK JI WON


박지원 PARK JI WON
1966년생, 서울 

학력
1988 이화여자대학교 미술과 졸업
1988-1990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준학사 (A.A.S)과정 수료

CV


작가 노트

박지원의 돌과 함께 구르기 

모서리 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고 쓴 시인이 있었다.  왜냐하면 모서리가 없으면 잘 구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게 내 의지라든가 계획, 기대, 희망 같은 것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를 굴린다. 그것도 마구. 급기야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곳에서 정처 없이 혼자 울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면 누구라도 무서울 수 있다. 모서리 없는 것들이. 나를 자기 마음대로 마구 굴려 가는 것들이. 

그런데 다행이다. 그토록 무서웠던 게 더 이상 무섭지 않은 때가 온다니. 심지어 빙그레 웃으며 실컷 굴림 당하며 살아온 자기 인생의 궤적을 바라볼 수 있는 때가 온다니. 

한때는 뉴욕 패션계가 주목하는 스타급 디자이너였고 또 한때는 패션 피플들의 애정 레스토랑 ’파크의 오너‘이며 ’청담동의 뮤즈‘라 통했던 이름 박지원.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그 박지원이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주라는 거듭되는 변수 속에서 유럽을 떠돌며 살아온 자기 삶의 궤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 <Rolling Stone> 전을 열고 있다. 

전시 소개글 한 장 없는 그 전시에 가보니 작가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었다. 유럽에서 계속 나이 들어가는 아시아 중년 여성으로서 정처 없이 구르며 살아온 자기 삶의 궤적이 어떠했는지, 심지어 인생의 구비구비마다 뒤통수에서 날아든 ‘돌들의 맛’이 어떠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하나같이 모두 가지각색 예쁜 돌들의 모양과 색깔, 그리고 그 온기에 대해서도 박지원은 특유의 저음으로 무심하게 찡한 이야기들을 툭툭 내볕듯 들려준다. 예컨데 이런 이야기들. 
 
날마다 노르망디 해변에 나가 정처없이 헤메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왜 내가 여기에 있나.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때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움직이는 돌들을 만났다. 달리 할 일이 없어서 돌 두 개를 손에 쥐고 이렇게 가만히 해변에 앉아 있었다.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곤 놀랐다.  손 안에서 느껴지는 돌들의 따뜻한 온기. 그 아득한 온기와 함께 마음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박지원

생각해 보면 놀라운 반전이다.  누군가 돌을 던지면 그냥 맞고 사는 게 인생인가 절망할 무렵, 나에게 던져진 돌과 함께 구르며 근육 감소를 걱정하는 나이에도 끝없이 자기를 단련시킬 수도 있다는 반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상상도 못할 외로움 속에서 돌들과 친구가 된 거다. 말 한 마디 못 하는 얘들이랑 그냥 놀았는데 그 시간이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됐고 새로운 길을 열어 줬다. 무엇보다 어디서든 난 굴러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일종의 해방감 같은 걸 느꼈다. 그래, 난 살아갈 수 있다, 어디서든! 

그 때문일까? 박지원이 찍은 돌 사진들은 먼 우주에서 부유하듯 굴러다니던 다이아몬드 원석을 데려다 찍은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눈이 보석‘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해변에서 발견한 돌들을 데려와 아이폰으로 먼저 찍고 그 사진의 색이나 명도, 채도,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예술적 직관과 감수성을 덧입힌 사진 작품들이 구본창의 달항아리만큼 예쁘다. 

하지만 박지원은 이번 개인전에서 사진을 버리고 페인팅으로 돌아갔다. 두 번이나 사진 개인전을 열었던 이력으로 보면 의외고 배신이고 모험이다. 파슨스를 졸업한 패션 디자이너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먼저 이화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미술가로서 이제부터 확실하게 굴러보겠다는  자기 선언 같은  개인전이길 바랬을까? 그래서 돌 사진을 모두 치우고 돌을 캔버스에 굴리
는 방법으로 돌 그림을 그렸을까? 

그런데 왜 그런지 그녀의 돌 그림에서 가느다랗고 단단한 슬픔이 보인다.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돌 그림을 그리게 됐냐고 묻자 박지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난 삶이 평안하면 불안하다. 크게 좋은 일도 없고 크게 나쁜 일도 없는 나날이 계속 되길 바랬지만 예감대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엄마가 암 선고를 받았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평온할 수 없지. 엄마가  함암과 함깨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에너지 넘치고 그렇게 열정적인 여자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돌 그림에 엄마와 나의 인생을 반영하게 됐다. 다행히 미친듯이 그림에 매달리며 구원을 찾은 느낌이었다. 캔버스에 돌을 굴리며 아픈 엄마보다 더 빨리 무너질 것 같은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rollong stones series red_sunset wave_162.2x130.3_acrylic on canvas









rollong stones series white_winter wave_162.2x130.3_acrylic on canvas









rollong stones series blue_early bird's_112.1x145.5_acrylic on canvas








wish tower_190cm_acrylic mixed media on asian 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