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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_”틈 속의 바깥”
나의 작업은 이차원의 평면 (흑/백)에 운율있는 마띠에르(matiere)로 구성된다. 이는 재현으로부터 소외된 대상을 화면으로 다시 소환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소외된 대상들은 이중의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은 대상 그 자신을 환영으로부터 해방시키게 된다. 환영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해서 대상이 그 자신의 본질로 귀환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은 해체되고 재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이중의 소외로부터 발생하는 그 사물(대상)에 내재된 에너지가 물성으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사라진 대상과 더불어 그 에너지가 화면을 관통하게 될 때 나의 작업은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 물질성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되는 선(線), 지속적인 덧칠과 지워짐 그리고 과장됨 없이 반복되는 행위들은 의지와 재현의 시간과 행위들로부터 탈각된다. 나의 선들은 화면 전체를 아우르며 충돌과 우연 그리고 분열로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화면은 덧칠하고 지워지는 선들로 드러난 마띠에르(matiere)가 지닌 물질성으로의 출현으로 비 물질화의 독특한 방식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각의 좁은 캔버스는 질료들로 넘쳐난다. 질료들은 치열하게 충돌하는 시간 속에서 탈물성의 장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때론 거칠고 때론 불규칙하게, 때론 선과선 사이의 미묘한 떨림으로 표현된다. 또 한편으론 투박하게 한편으론 섬세하게 조화와 충돌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연한 지속성이 반복되는 가운데 화면은 정지된 듯 보이나 실질적으로 화면 전체는 분열되어있다. 내재된 역동성은 선과선.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의 미세한 틈과 분열된 선은 그 무엇으로도 확실하지 않은 미지의 지형을 개방 시키는 단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대상의 부재는 단색(흑/백)으로도 구체화 된다. 단색의 화면을 물성과의 만남으로 축소시키려는 경향은 화면의 분열을 은폐한다. 화면은 단순한 색면이 아니다. 화면의 색은 시간의 겹이라고 할 수 있다. 켜켜이 쌓여가는 것은 색이 아니다 그것은 사라진 대상의 역동적인 움직임 즉 에너지이다.
질료들의 드러남이 분열/틈 이라면 에너지의 형상화는 단색(검정/흰색)면 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는 단순한 힘이 아니다 오히려 움직임 이다. 정지된 화면이 분열/틈을 품고 있다면 단색의 화면은 힘을 내장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열/틈은 켜켜이 쌓여진 색면에서 솟구쳐 나오기 때문이다.
공 · 은 · 주
1998년 서울산업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
2002년 서울산업대학교 조형예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08년 2회 개인전 – 관훈 갤러리
2001년 1회 개인전 – 갤러리 담
그룹전
2015년 “ACTION, AUCTION 展 – 두들 갤러리
2014년 “내용 증명 展 – 대안 공간 이포
2010년 “문래 아트 아카이브 展 – 영등포 구립 문화회관
1999년 “Need”전 인데코갤러리
1998년 “끈” – 관훈 갤러리
1997년 “끈” – 관훈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