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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종로, 서울사는 김씨의 직장
pen on paper, retouched on printing edition 5/10,
40x50cm, 2020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겹겹히 쌓는 펜의 터치로 우리 일상의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온 평범한 건물의 자화상
우리와 함께 다양한 삶을 사는 건물의 자화상을 기록한다.
평범하고 익숙한 동네의 모습과 그 풍경속에서 일상을 이루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작가의 감성을 통해 표현하는 우리동네 시리즈이다. 그림 속에서는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건물의 주인이었던 사람들 또는 스쳐지나간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었던 다양한 흔적과 손길은 텅 빈 건물의 온기를 대신한다. 그래서 이 공간이 낯설기보다는 익숙하고 때로는 재밌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라, 누구도 눈여겨 보는 공간은 아니지만, 작가의 시선으로 본 모습은 개개인의 삶의 드라마가 담겨서 어떤 것보다 흥미롭게 비춰진다.
‘Story of our town’
A portrait of an ordinary building we lived in
Capturing a portrait of buildings that have lived various lives like we do.
Each an episode of an ordinary yet comforting town and it’s people that have passed. People’s daily lives expressed through a series of scenes of our neighborhood in collaboration with the artist’s acute sense of emotion. There are no people shown, but the old owner’s various traces of life and touch fill the emptiness of the buildings with a human warmth. In doing so, the empty space has a feeling of familiarity rather than stiffness. Amusement rather than discomfort. It may seem dull to a certain few, but through the eyes of the artist, seeing the possibilities of each life lived, the artist brings beautiful fascination out of what may be seen as nothing.”
루시드로잉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졸업
작가약력
[전시]
2023 ‘우리의 기록, 초대개인전 / 클램프갤러리. 서울
2023 ‘House of Analog’ 단체전 / 인사갤러리, 서울
2023 ‘우리동네의 기록‘ 초대개인전 / 아트리에 갤러리 본점, 경기도 광주
2023 ‘Happy vibe’ 단체전 / 갤러리초이, 서울
2022 ‘the collection’ 단체전 / K옥션, 서울
2022 ‘House of Analog’ 단체전 / 인사갤러리, 서울
2022 ‘기록도시’ 단체전 / 건축프로젝트그룹 도만사, 서울
2022 “우리동네의 기록“ 갤러리탐 초대개인전, 수원
2022 K옥션 프리미엄 경매 / 낙찰
2022 갤러리탐 신진작가 47기 개인전, 탐앤탐스블랙 압구정, 서울
2022 ‘우리동네의 기록’ 아트리에 갤러리 초대개인전, 판교
2021 더 아트 서울: 한 채 단체전, 돈의문박물관마을 / 서울문화재단, 서울
2020 ’성수2가3동, 로컬리티’ 단체전 / 건축프로젝트그룹 도만사, 서울
2020 ‘요즘, 나의…’ 개인전 / 복합문화공간 행화탕, 서울
[출판]
2021 <또올게요, 오래가게> 도서, 루시드로잉의 <우리동네> 일러스트 24점 수록 / 북21
[소장]
2024 ‘산업은행 아카이브’ 외 2점_ KDB산업은행 본점 소장
2021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_ 벨기에 대사관 소장
2020 ‘1940년 종로, 서울사는 김씨의 직장’ _서울시 박물관 소장
[기타, 프로젝트]
삼성화재 (2024), KDB 산업은행 (2024)
국립항공박물관 (2022), 국외소재문화재재단 (2021)
합천군청, 성북구청, 대구 수성구청 외 다수
2019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도록 일러스트 수록
글. 조숙현 (독립큐레이터/미술비평가)
루시드로잉의 건축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감각이 공존한다. 핀셋처럼 예민한 드로잉 선과 컬러에 머무는 따뜻함이다. 견고한 선 너머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데 그 매력을 탐구해보고 싶은 힘이 있다. 건축물을 표현하는 선은 날카롭다. 그런데 묘하게 감성적인 온도가 서려있다.
<근대건축> 시리즈는 작가가 수집한 근대 건축의 이미지들을 펜드로잉으로 풀어낸 작업들이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작가의 시선에 묻어나는 섬세한
감성이다. 작가는 근대 흑백사진들을 뒤져보다가 포착되는 사진들에 상상력을 넣는다. 정방형의 파사드 형식으로 그리지만 건물마다 남다른 개성이 묻어난다. 여기에는 피사체를 향하는 작가의 태도가 담겨 있는데, 작가는 건물에
사람과 같은 관점을 부여하고 감정을 이입한다. 건물을 쓰는 사람에 따라, 세월을 견디는 시간의 농도에 따라 건물의 외형 또한 사람의 얼굴처럼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이 작가의 변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시드로잉의 건축물은 일종의 건물 자화상과도 같다. 예를 들어 근대건축 드로잉 <1940년 종로, 서울 사는 김씨의 직장>을 살펴보면, 네모 반듯한 건물의 단아함,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조용한 권태가 묻어난다.
작가는 이 건물을 경성시대 종로에 위치한 무역상회로 상정하고, 그 건물에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씨를 상상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간 김씨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루틴에서 일어나는 권태로운 느낌을 건축에 이입해 보았다. 작가가 가미한 상상력을 스토리로 치환하여 건물의 외형에 변형을 가하는 발상이 흥미롭다.
<부국원>,<1950년 종로에서 만난 오랜 서점>,<모던 걸을 위한 종로의 거리>등은 서점과 양장점 등의 건물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작가가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그려낸 작업이다.
<우리동네> 시리즈에서는
작가의 시선이 동시대로 점프한다. 서울, 인천, 대구 등 동네에 있는 건물들을 작가들의 시선에 맞추어 각색하였다. 어찌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건물들이지만 거기에 작가의 다른 각도의 감정이 이입되었다. 제주도에 있는<규옥유리>는 건물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항상 그 앞에 주차되어있는
트럭을 남다른 시각으로 포착하였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고증하거나 재현하려는 태도는 작업의 일치성을 위해
차를 삭제하였겠지만, 작가는 자동차를 건물의 일부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로 인식하여 그려 넣었다. <인천 신문보급소>는
어디에나 있는 터줏대감격 건물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살린 작업이다. 오토바이에 스윽 걸쳐 있는
옷으로 인해 보급소의 일상의 활력이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건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역할은 사진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작가는 건물들이 우연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뒤틀어지고
깨지는 흔적들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원래의 쓰임을 다하고 다시 증축되고 재생된 지층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숨결을 불어넣는다. 예를 들어 <최소아과 의원>은
건물의 현재가 아닌, 작가가 기억하고 있는 공간의 화양연화를 기록한 작업이다. 최소아과 의원의 최원장님이 돌아가시면서 건물도 한 세월을 마감하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핑크색의 담벼락은 허물어지고 옷가게가 들어왔고, 간판도 떨어졌다. 그러나 작가의 기억에서 건물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는 ‘최소아과
의원’의 독특한 폰트가 연출하는 분위기였다. 작가는 이 모습을
추억하고 남기기 위해 작업을 남겼다. 루시드로잉의 작업은 이처럼 기록보존 역사고증의 가치와 더불어 한국와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예술가의 발언도 담겨 있다. 매일같이 ‘힙스터 공간’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낡은 것들은 너무나 손쉽게
허물어지는 서울을 살아가는 현재에 대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어느 정도 담겨 있다.
<감정에 대하여>시리즈는
기존의 빼곡하고 정교한 작가의 작업과 상반되게 힘을 풀어낸 작업이다. 디테일한 기교를 빼고, 필체와 컬러에 감정 이입을 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낸 작업이다. <감정에 대하여>시리즈에서는
언제나 노란색 집이 등장한다. 이 집은 작가에게 삶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행복의 상징이다.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자, 삶의 안락한 종착점이 작가의
생기와 감정을 담은 노란색으로 표현되었다. 건축과 공간, 장소에
대한 예민한 시각을 심플한 재료들과 따뜻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