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
동심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감정이나 경험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왜곡되고 위협받는 순수한 본질이다. 동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까이서 보면 긴장과 충돌이 가득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그 장면은 다시 동심을 수호하는 아름다움으로 변형된다. 이것을 나의 화면에 현대적이고 키치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면서, 동심이 외부의 위협 속에서도 여전히 굳건히 지켜지는 희망을 담고자 한다. 나의 작품은 동심을 지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형상화하며, 그것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삶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명조
풀숲을 거닐다 보면, 그곳에 깃든 무언가와 교감하고 있다는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는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이런 상상을 멈출 수 없다. 인간의 감각만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별의 세세한 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우리의 후각은 동물에 비해 한계가 뚜렷하며,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경험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나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감각과 상상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세상의 이면에 숨어있는 미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