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 작업설명
풍선 작업은 27살에 찾아온 공황에 의해 시작되었다.
언제부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하더니 그때쯤에는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져 있었다.
그 불안증은 원인도, 대상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증에 시달리던 어느날, 그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작업실 의자에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순간 의식의 흐름이 중단되고 모든 신체의 감각이 사라진 듯한 상태가 찾아 왔다. 그때 순식간에 내 주위로 온통 어둠이 펼쳐졌다.
그것은 시각적 어둠이 아닌, 차라리 촉각적 어둠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총체적으로 어두웠다.
그 어둠 속에서 나의 몸은 사라지고 의식만 둥둥 떠 있었다. 그런 상태가 얼마간 지속되었을 때, 어둠 한켠에서 붉은 풍선 하나가 아주 서서히 떠오르는 듯 한 환영이 보였다. 심연으로부터 아주 미약하게 빛나는 작은 빛줄기 같았다.
그 일을 겪은 후 풍선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풍선을 그리는 순간, 불안증이 가라앉았다.
불안으로 인해 30분도 앉아있지 못했던 내가 풍선을 그리는 동안은 12,3시간씩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풍선은 공황의 심연으로부터 나를 끌어올려 준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게 풍선은 불안의 표상이자 해소하기 위한 매개물로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틀로서 작품 속에 드러나게 되었다.
A Day_192x144cm (24x24cm x 48units)_Oil on canvas_2022
🖋작가노트
풍선은 외압에 상응하는 내적 긴장감을 유지해야만 떠오를 수 있다.